내가 의과대학에 다니고 있을 때, 미키라는 친구가 유행성 독감으로 중태에 빠져 입원을 했다. 요즘 독감보다 훨씬 심한 증세로 그는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 입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차도가 있어서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차도가 있었다는 것이지, 미키의 병은 쉽게 완쾌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미키를 위로하기 위해 문병을 갔다. 그런데 미키는 그야말로 기가 막힐 정도가 돼 있었다. 전에는 건장한 체격에 정력적인 활동성을 자랑하던 미키가 얼굴은 창백한데다 양쪽 볼은 홀쭉해졌고, 두 눈은 움푹 들어갔으며, 전혀 생기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일부러 명랑하게 유머를 주고받으며 미키의 마음을 위로하려 했지만, 솔직히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우리가 교대로 미키를 문병하던 어느 날, 병실 문이 닫혀 있었고 거기에는 '면회 사절'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우리는 무슨 일인가 하고 깜짝 놀랐다. 그러나 사정을 알아보니, 우리가 상상했던 것처럼 미키의 생명이 위험에 빠진 것 같은 일은 아니었다. 환자의 요청에 의해 팻말이 걸린 것일 뿐이었다.
미키에게 친구나 가족들의 문병이 조금도 위로가 되지 못했다. 아니, 문병을 마치고 사람들이 돌아가면 오히려 더욱 우울해지곤 했다. 그는 우리와 더불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그때 이 세상에서 홀로 떨어져 살고 싶었어. 어떤 사람하고도 만나기 싫었고, 이 세상 어떤 것도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몹시 경멸했지."
자기 마음속에 감옥을 만든 그에게는 즐거움이 전혀 없었다. 육체적으로 쇠약해지자 정신적으로도 허약해져, 자신의 세계를 포기하고 더불어 자신의 생명까지 거부하게 되었던 것이다.
미키는 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해 적의를 느끼고 으르렁댔다. 누구에게나 신경질을 내고 욕을 퍼붓는가 하면, 식사를 거부하는 자학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의 절망감은 스스로 자제하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것이었다. 전혀 즐거움 없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담당 간호사가 망설이면서 미키에게 중요한 부탁이 있다고 말했다.
환자 중에 한 소녀가 정신적으로 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다. 담당 의사는 그 소녀가 누군가에게 연애편지 같은 것을 받아 볼 수 있다면 병세가 크게 호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부탁인데, 당신이 그 '누군가'가 돼줄 마음이 없는가?
처음에 미키는 당장 거절하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간호사의 주저하는 몸짓이 마음에 걸렸다. 그 태도는 마치 '너는 이런 일을 못 할 걸?' '나는 네가 거절할 것이라는 걸 알지만, 혹시나 해서 그냥 부탁해 보는 거야' 하는 몸짓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미키는 쾌히 승낙했다.
간호사는 정말 뜻밖이라는 듯 깜짝 놀라면서 미키의 용기와 따뜻한 마음씨를 극찬했다. 미키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미키는 소녀에게 편지를 써 보냈다. 물론 간호사의 손에 넘겨준 것이었다. '당신을 병원 복도에서 잠깐 보았지만, 당신이 잊혀지지 않아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소녀의 반응이 간호사를 통해 미키에게 전달됐다. 소녀가 거의 반응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간호사는 미키에게 '더욱 정성스럽고 재미있는 편지를 써야 할 것 같다'고 주문했다.
미키는 슬그머니 약이 올랐다. 자기 문장력 정도면 소녀를 황홀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머리를 짜내어 두 번째 편지를 썼다. 그러자 소녀가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간호사가 소식을 전해 주었다. 미키는 '그러면 그렇지!' 하고 속으로 기뻐했다. 세 번째, 네 번째... 편지와 전갈이 오가면서 그와 소녀는 '둘 다 회복되면 함께 공원을 산책하자' 고 약속했다.
미키는 정말 즐겁게 편지를 썼다. 오랜 입원 생활에서 처음으로 느끼는 즐거움이었다. 그러자 그의 건강은 급격하게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수없이 많은 편지를 썼고, 갈수록 편지는 길어져 갔다. 그는 병실 안을 힘차게 걸어 다녔고, 곧 퇴원 허락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간호사의 말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곤 했다. 퇴원을 하기만 하면, 간호사가 그 소녀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던 것이다.
연애편지를 쓸 때뿐만 아니라, 그 소녀를 생각만 해도 그의 얼굴에는 사랑의 빛이 넘쳐흘렀다. 그러는 한편으로 미키는 소녀를 생각할 때마다 마음 한 구석에 불안하고 쓸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소녀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미키는 소녀의 병실을 방문하고 싶다고 간호사에게 부탁했다.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간호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414호실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그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414호실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그 병원에는 그런 번호의 병실은 없었다. 그래서 그런 소녀 환자를 수소문해 보았다. 그러나 그런 소녀도 없었다.
그때 간호사가 모든 것을 미키에게 고백을 했다. 그런 소녀 환자는 존재 자체가 거짓이었던 것이다. 담당 간호사는 미키가 모든 것에 대한 미움의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이 회복되는 데 장애물이 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런 연극을 꾸몄던 것이다.
미키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는 허망해졌으나 큰 깨달음을 얻었다. '미움'이란 얼마나 삭막하고 고통스럽고 불필요한 감정이며, 그리고 행복이란 남에게 줌으로써 얻어진다는 진리를 깨닫게 된 것이었다. 그는 유쾌한 자신으로 되돌아가 퇴원을 했다.
-데일 카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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